싱글벙글 시진핑은 어떻게 집권했는지 arabo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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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싱글벙글 중국에 대해 araboja · 싱글벙글 중국 정치에 대해 araboja · 싱글벙글 중국공산당의 파벌사에 대해 araboja · 싱글벙글 "천안문 기습시위" 지난 글까지 봤다면 한가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은 어디 있었음?" 지난 화 마지막을 기억해보자. 2002년. 장쩌민이 중국공산당 총서기 자리에서 내려오고 후진타오가 그 자리를 물려받음. 드디어 후진타오 시대 개막. 하지만 사실상의 실권을 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내가 왜? 장쩌민은 총서기에서는 물러났지만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는 그대로 가지고 있었음. 그러니까 2003년의 중국 최고지도부를 아주 대충 펼쳐보면 중국공산당 총서기: 후진타오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 후진타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장쩌민 뭔가 이상하지? 중국에서 진짜 중요한 두 축이 당과 군대 라고 지난 글에서 그렇게 설명을 했는데 그중 하나를 전임자가 아직 들고 있는 거임. 그게 끝도 아니었음. 2002년 제16차 당대회가 끝나고 만들어진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총 9명. 이들중 장쩌민계는 우방궈, 자칭린, 쩡칭훙, 황쥐, 리창춘. 총 5인으로 과반수 이상이었음. 후진타오가 총서기를 먹었다고 장쩌민의 사람들이 증발한 게 아님. 쉽게 말하면 신임 사장이 취임해서 첫 이사회를 열어보니까 이사 절반이 전임 사장 친구고, 거기에 전임 사장은 회사 경비업체 사장이라는 거임. 후진타오가 병신도 아니고 이걸 봐줄 리는 없었음 후진타오의 지지 기반이 뭐였지? 공청단. 공청단에서 같이 일했던 인간들, 자기가 지방에서 알게 된 인간들, 자신과 정치적 경로가 겹치는 젊은 간부들을 지방과 중앙에 조금씩 올리기 시작함. 근데 문제가 있었음. 꼭대기에는 이미 장쩌민의 사람들이 앉아 있음. 그렇다고 총서기가 되자마자 “너 장쩌민 사람이지? 나가.”하면서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싹 갈아버릴 수도 없음. 그러는 순간 덩샤오핑 이후 수십 년 동안 만든 권력승계와 파벌균형이라는 룰 자체가 박살남. 그래서 후진타오 집권 초반은 한마디로 왕관은 후진타오가 썼지만, 궁정에는 장쩌민 사람들이 가득한 시대 였음. 그래도 시간은 후진타오 편이었음. 장쩌민은 늙어감. 자기 사람들도 하나둘 은퇴연령에 가까워짐. 하지만 후진타오는 현직 총서기기에 당 조직과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시간이 계속 생김. 그리고 2004년 9월. 마침내 장쩌민이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에서 물러남. 후임은 당연히 후진타오. 이듬해 2005년에는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까지 넘겨줌. 이제 드디어 당, 국가, 군대. 세 자리의 꼭대기에 후진타오 이름이 모두 올라감. 그러면 이제 후진타오의 천하가 개막했느냐? 아직 아님. 장쩌민이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20년 가까이 쌓아놓은 인맥이 같이 퇴직하는 건 아니잖음? 지난 화에서 장쩌민이 왜 상하이방을 만들었는지 기억나지? 자기가 총서기가 됐는데 베이징에 자기 사람이 없어서 상하이에서 같이 일한 인간들을 하나둘 끌어올렸음. 그 사람들이 2000년대에는 이미 정치국, 지방 당위원회, 국유기업 여기저기에 박혀 있었음. 장쩌민이라는 사람은 은퇴했지만 장쩌민이라는 네트워크는 현역이었던 거임. 그러던 2006년. 상하이에서 사건 하나가 터짐. 천량위 사건 천량위(陈良宇). 당시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그리고 상하이시 당서기. 상하이는 뭐다? 장쩌민이 자기 정치적 기반을 만들었던 곳. 상하이방의 본진이나 마찬가지였음. 그리고 천량위 역시 대표적인 장쩌민계 정치인으로 분류되던 인간이었음. 그런데 이 인간이 상하이 사회보장기금과 관련된 대형 부패사건에 엮임. 2006년 9월. 중국공산당 중앙은 천량위를 상하이 당서기와 정치국 위원 자리에서 날려버림. 공식적인 이유? 부패. 실제로 나중에 재판까지 가서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으로 징역 18년을 받음. 후진타오 집권 이후 장쩌민계에 떨어진 가장 큰 정치적 타격 가운데 하나였음. 그리고 이게 존나 중요한 이유가 있음. 천량위가 날아가면서 장쩌민계는 단순히 사람 하나를 잃은 게 아니었음. 상하이라는 중국 최대급 도시의 당서기 자리까지 비어버림. 그리고 몇 달 뒤, 2007년 3월. 그 빈자리에 다른 지역에서 정치인 하나가 들어옴. 맞음. 그 새끼임. 시진핑. 오늘의 주인공이 드디어 등장함. 근데 아직 이 인간 이야기를 하기에는 조금 이름. 왜냐하면 그 전에 중국공산당에는 상하이방과 공청단파 말고도 존나 중요한 인간들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임. 이 사람들은 상하이에서 장쩌민하고 같이 일한 것도 아니고, 공청단에서 같이 활동한 것도 아님. 그런데 이상하게 중국 최고위층에 계속 튀어나옴. 공통점은 단 하나. 애비 애미가 혁명원로임. 太子党. 태자당. 마르크스가 보면 관짝에서 벌떡 일어날 것 같은 그림이지만 어쨌든 실제 중국 정치에서는 혁명원로와 고위간부의 자녀들을 묶어서 태자당이라고 불러왔음. 그리고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점. 태자당은 공청단파나 상하이방 같은 하나의 통일된 파벌이 아님. 그냥 부모가 중국공산당의 높으신 분이라는 공통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외부에서 묶어 부르는 표현에 가까움. 그래서 태자당끼리도 존나 싸움. 한쪽 아버지는 중국공산당 혁명원로 보이보. 다른 한쪽 아버지는 혁명원로 시중쉰. 그 아들들은 보시라이. 그리고 시진핑. 둘 다 태자당, 혁명원로의 아들, 지방에서 실적을 쌓으며 올라온 정치인. 그리고 몇 년 뒤, 한 명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인 중 하나가 됐지만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다른 한 명은 중국공산당의 모든 파벌 위로 올라가게 됨. 그럼 오늘의 주인공으로 돌아가보자. 시진핑 아버지는 앞에서 말한 혁명원로 시중쉰. 부총리까지 지낸 공산당 거물임. 그러니까 시진핑은 빼도 박도 못하는 태자당 금수저 였음. 근데 여기서 “아빠가 부총리니까 베이징에서 꽃길만 걸어서 국가주석 됐겠네”라고 하면 반만 맞는 말임. 시중쉰은 1960년대에 숙청당했고 문화대혁명 때도 박해받음. 시진핑도 15살 때 산시성 량자허 농촌으로 하방돼 몇 년을 보냄. 물론 오늘날 중국공산당은 이 시절을 “인민과 함께 고난을 이겨낸 시진핑 동지”식으로 존나게 신화화하고 있으니 관영 전기를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음. 중요한 건 그다음임. 시진핑의 경력을 펼쳐보면 생각보다 중앙정치보다 지방에서 엄청 오래 굴렀음. 특히 푸젠에서만 거의 17년을 보냈고, 현급 간부에서 시작해서 샤먼 부시장, 닝더 당서기, 푸저우 당서기, 푸젠 성장까지 올라감. 그리고 저장성 당서기를 거쳐서 마침내 2007년 상하이 당서기. 중앙 정치인 아들이라고 하면 베이징에서 아빠 친구들 따라다니면서 승진했을 것 같지만 커리어만 보면 오히려 현 → 시 → 성 → 중앙 이라는 중국 지방관료 승진코스를 정석으로 밟은 인간임. 그리고 웃긴 기록이 하나 있음. 1997년 제15차 당대회. 시진핑이 처음으로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당선됨. 근데 후보위원 151명 중 득표 꼴찌. 오늘날 중국공산당에서 시진핑에게 누가 반대표를 던질지 생각하면 꽤 기묘한 장면임. 어쨌든 그렇게 별로 눈에 띄지 않게 올라가던 시진핑에게 2007년 갑자기 부스터가 달림. 3월.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진핑이 천량위가 날아간 뒤의 상하이 당서기 가 됨. 그리고 불과 7개월 뒤, 중국공산당 제17차 당대회. 시진핑. 정치국 상무위원 입성.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존나게 중요해짐. 당시 후진타오의 후계자로 강하게 거론되던 사람이 따로 있었음. 리커창. 지난 화에서 본 공청단파 핵심. 후진타오와 공청단 중앙에서 같이 일했던 대표적인 후진타오계 정치인임. 후진타오 입장만 보면 리커창이 다음 총서기가 되는 게 꽤 자연스러워 보였음. 근데 2007년 당대회 결과를 열어보니까 시진핑도 상무위원. 리커창도 상무위원. 후계자가 두 명 생김. 근데 상무위원 서열을 보면 시진핑이 리커창보다 위였음. 시진핑은 상무위원회 6위. 리커창은 7위. 그리고 맡은 일도 점점 갈리기 시작함. 시진핑은 당 중앙서기처 상무서기, 중앙당교 교장, 2008년에는 국가부주석 . 리커창은 2008년 국무원 상무부총리 . 그림이 슬슬 보이지? 시진핑은 당과 국가의 후계자 코스. 리커창은 총리 코스. 그럼 왜 리커창이 아니라 시진핑이었을까? 여기는 중국공산당이 시진핑 선정 사유.txt를 공개한 게 아니라서 정확한 밀실협상을 우리가 알 방법은 없음. 근데 당시 권력구조를 보면 꽤 그럴듯한 이유는 있음. 리커창은 너무 명확하게 후진타오의 사람 이었음. 반면 시진핑은? 태자당이기는 하지만, 장쩌민의 상하이방 직계도 아니고, 후진타오의 공청단계도 아님. 푸젠·저장·상하이에서의 지방행정 경험도, 혁명원로 집안이라 구세대와의 연결도 있음.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누구 한 사람의 사람이라고 하기 애매했음. 그리고 파벌균형 시대의 중국공산당에서는 그게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존나 큰 장점이었음. 지난 화에서 계속 했던 질문 기억남? “이 새끼는 어디 계열인가?” 리커창? 후진타오. 시진핑? 애매함. 그래서 여러 세력이 받아들이기 상대적으로 쉬운 후보가 됐다고 보는 해석이 나오는 거임. 그리고 2010년. 마지막 도장 하나가 찍힘.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시진핑. 최고지도자로 가는 체크리스트가 하나씩 채워짐. 여기까지 오면 리커창과의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고 보면 됨. 그리고 승계를 불과 몇 달 앞둔 2012년 초. 중국 정치판에서 갑자기 존나 큰 폭탄 하나가 터짐. 보시라이. 앞에서 잠깐 말했던 또 다른 태자당 정치인. 혁명원로 보이보의 아들. 충칭 당서기로 있으면서 범죄조직을 때려잡고, 마오 시대 혁명가요를 부르게 하고(진짜임), 대규모 복지·공공사업을 밀어붙이는 이른바 충칭모델 로 전국적인 스타가 된 인간임.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까지 노리고 있었음. 그런데 2012년 2월. 보시라이의 오른팔이던 충칭 부시장 겸 전 공안국장 왕리쥔 이 갑자기 청두의 미국 총영사관으로 들어감. 중국 현대 정치사에서도 손꼽히는 “이게 도대체 뭐임?” 사건임. 그리고 거기서 왕리쥔은 보시라이 일가에 관한 정보를 풀어버렸고, 이 사건을 시작으로 보시라이는 순식간에 실각함. 그렇다고 보시라이가 시진핑과 국가주석 자리를 두고 결승전을 하던 라이벌이었다고 보면 또 과장임. 2007년 이후 후계구도에서는 이미 시진핑이 훨씬 앞서 있었음. 보시라이는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을 노리던 존나 강력하고 야심찬 태자당 스타에 가까웠음. 근데 어쨌든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최고지도부 한복판에서 거대한 정치스캔들이 터져버린 거임.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도 시진핑의 후계구도는 더욱 굳건해졌음. 2012년 11월 15일.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 새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시진핑. 그리고 동시에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여기서 후진타오는 장쩌민과 달랐음. 2002년 장쩌민은 후진타오에게 총서기만 넘기고 군사위원회 주석은 2년 더 들고 있었음. 근데 후진타오는 당권과 군권을 동시에 시진핑에게 넘김. 그렇게 시진핑이 2013년 3월에는 국가주석까지 올라가면서 중국 최고권력의 세 자리를 모두 먹음. 그런데 당시까지만 해도 이게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고, 시진핑도 결국 그 파벌균형 위에서 선택된 집단지도체제의 최고지도자처럼 보였음. 그러니까 당시 그림은 대충 이랬음. 시진핑이 10년 동안 총서기 하고, 리커창이 총리 하고, 상하이방·공청단·태자당이 적당히 자리 나눠먹고, 2022년쯤 다음 세대로 넘기겠지. 덩샤오핑 이후 중국공산당이 만든 룰대로 말임. 적어도 그때까지는 말이지. 참고문헌: 조영남, 「중국 후진타오와 시진핑의 권력 공고화 비교」, 『국제·지역연구』 26(4), 2017, pp.1-35. 최지영,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집단지도체제와 파벌 연구: 시진핑 시기 변화와 함의를 중심으로」, 『한국동북아논총』 22(1), 2017, pp.5-27. 안치영, 「개혁 이후 중국의 승계제도와 후계자 양성 체계의 형성과 변화」, 『현대중국연구』 24(2), 2022, pp.1-36. 안치영, 「중국공산당 지도부에서 ‘핵심’의 의미와 시진핑(習近平)의 정치적 지위」, 『중앙사론』 44, 2016, pp.385-423. 출처: 싱글벙글 지구촌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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