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앵무새를 죽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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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 자신의 아이들에게 총을 선물해 주는
변호사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
역시나 천조국 선물 클라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는 1930년대 앨라배마의 농촌.
아이들에게 공기총을 선물하는 건 당시의 풍습으로는 흔한 일이었다.
아무튼 아이들에게 총을 선물하며 아빠는 한 가지 충고를 남긴다.
"나는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지만, 아마도 너희는 새를 쏘고 싶어하겠지."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거라.
앵무새를 죽이는 건 안 된단다."
왜 앵무새(원문에서는 흉내지빠귀)를 죽이면 안 될까?
아이들의 질문에 아빠는 대답한다.
"앵무새는 인간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러니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때는 1930년 대공황 시기,
미국 남부의 농촌 메이콤 마을.
에이브러햄 링컨이 노예를 해방한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이곳 남부에는 여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 있다.
흑인들은 마을 외곽에 모여 살고, 그들의 교회에 다니며 백인 사회로부터 배척받고 있다.
이런 메이콤 마을에서 한 흑인 청년이 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죄목은 강간죄. 그것도 백인 소녀를 대상으로 한 강간죄였다.
"저저 역시 깜둥이 새끼가 그럼 그렇지!! 당장 죽여버려!!"
당연히 범인으로 몰린 흑인 청년 톰 로빈슨은 사형당할 위기.
여기서 변호인으로 임명된 것이 주인공 스카웃 핀치의 아빠인 애티커스 핀치.
아빠가 흑인을 변호하게 된 탓에 스카웃과 오빠 젬은 친구들 사이에서 백안시되고,
어른들 사이에서도 이런저런 속닥거림을 들으며 살게 된다.
"잠깐! 그는 죄가 없소!"
그럼에도 변호인으로 임명된 아빠 애티커스 핀치는 흑인 팀 로빈슨의 결백을 믿는다.
"아니 내가 내 눈으로 저 깜둥이가 내 딸을 쥐어패고 강간한 걸 봤는데 뭔 소리야? 이 깜둥이 애인 새끼야!!"
피해자인 메이엘라 유얼의 아버지 밥 유얼은 법정에서 흑인이 자기 딸을 강간하는 장면을 봤다고 하지만,
애티커스 핀치는 그의 말의 허점을 찾아내 반박한다.
"딸이 얻어맞고 강간당하는 걸 보셨다고요? 그럼 왜 보안관을 부르고 나서 의사를 찾지 않았습니까?"
"그, 그건... 내가 거지새끼라 그렇다! 내 평생 의사들한테 돈 한번 써본 적 없어!!"
"그렇습니까? 그런데 따님이 피고에게 얻어맞아 오른쪽 눈을 다쳤다는데, 그게 맞습니까?"
"그래, 불만 있냐?"
"아뇨, 유얼 씨. 대신 이리 나와서 이름 한번만 적어주시겠습니까?"
슥삭슥삭...
"자 이제 됐냐?"
잠깐!!
"유얼 씨, 당신은 왼손잡이군요? 그리고 피해자인 메이엘라 양은 오른쪽 눈에 상처를 입었고요. 오른손잡이가 주먹을 휘두르면 왼쪽 눈을 다치기 마련이죠."
"그, 그게 어쨌다는 거야! 내가 딸을 때리기라도 했단 건가!"
"피고 팀 로빈슨은 왼손을 다쳐 쓰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다른 쪽 한 팔만으로 소녀를 강간하다가 오른쪽 눈을 다치게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당신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강간당하는 동안 아무도 그녀의 비명을 듣지 못했을까요?"
"피고 톰 로빈슨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그녀가 갑자기 자신에게 키스했다고요. 당신이 와서 그 장면을 보고는 그녀를 구타했다더군요."
"이 주장에 반박할 말이 있습니까?"
진상은 이러했다.
평소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던 메이엘라 유얼. 그녀를 불쌍히 여긴 흑인 톰 로빈슨은 그녀가 힘쓰는 일을 할 때마다 나서서 도와주었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던 메이엘라는 자신을 도와주는 톰에게 마음이 이끌려 그를 유혹했다.
그러나 그 순간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는 딸을 욕하며 구타했고, 톰은 도망쳤다.
그러자 곧바로 그녀의 아버지 밥 유얼은 톰 로빈슨이 자신의 딸을 강간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게 추리 소설이었다면 진범인 밥 유얼이 체포되었을 깔끔한 진상.
하지만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이 아니다.
남부 농촌의 억척스러운 배심원들은 결코 흑인인 톰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배심원들의 판정에 의해 유죄를 선고받고 체포되게 된다.
애티커스 핀치는 항소심을 계획하지만,
톰 로빈슨은 자신이 어차피 죽은 목숨임을 직감하고 탈출을 시도하다 총에 맞아 죽는다.
가정폭력범 밥 유얼은 재판에서 이겼음에도 애티커스 핀치에게 앙심을 품고,
할로윈 축제날 집으로 돌아가던 아들딸을 습격해 죽이려 든다.
그러나 주인공 남매를 몰래 지켜보던 히키코모리 아저씨 부 래들리의 손에 의해 죽고,
보안관은 부 래들리가 밥을 죽인 것을 알아챘음에도 그가 스스로 칼에 찔렸다 판단하고는 사건을 끝맺는다.
이 작품은 이 메이콤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을 주인공 진 루이스 핀치, 스카웃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린아이의 순진한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 사건은 불합리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스카웃의 오빠 제레미 핀치, 줄여서 젬 핀치도 이 사건에 함께 상처받는다.
그럼에도 모두가 불합리하고 어리석은 것은 아니다.
우선 그들의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가 있고,
또 팀 로빈슨의 고용주였던 링크 디스도 팀을 구하려 애쓴다.
팀이 죽고 난 후 그의 아내에게 일자리를 주기도 한다.
혹은 흑인과 결혼해 손가락질 받는 돌퍼스 레이먼드도 있다.
그는 술주정뱅이 취급받지만, 실은 코카콜라를 마신다.
그럼에도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주정뱅이 취급하는 것에 만족하고 그 사실을 정정하지 않는다.
스카웃은 이 모든 사람들과 일을 보고 겪으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자라서 이 모든 일들을 회상하는 내용이 이 작품, <앵무새 죽이기>이다.
이 작품은 인종 차별을 주제로 한 소설이자 한 소녀의 성장 소설이다.
작품의 주요 내용을 차지하는 흑백 인종차별을 떠나서,
아버지에게 학대당해 히키코모리가 된 부 래들리를 포함한 모든 약자들의 고통을 말한다.
제목에 나오는 앵무새는 사실 앵무새가 아니라 흉내지빠귀새이다(Mokingbird).
이 흉내지빠귀는 그저 지저귀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약자를 은유한다.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아이들에게 흉내지빠귀를 쏘지 말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약자들을 멸시하길 즐긴다. 그것이 손쉽고 편리하니까.
1800년대 링컨이 흑인 노예를 해방하고 나서도,
여전히 미국은 인종차별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인간이 저 흉내지빠귀를 쏘기를 즐기는 이상 약자에 대한 차별은 없어지기 어려울 현상이리라.
특히나 온갖 인종의 용광로이자 샐러드 볼인 미국에서는 더더욱.
이 작품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으로 꼽히며,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인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 읽었으면 열심히 썼으니 개추좀
출처: 장르소설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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